책서평

공부란 무엇인가? (논어를 읽고)

뽀선생Kimppo 2021. 10. 26.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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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자기 자신을 위해 배웠지만, 오늘날은 남을 위해 한다(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 공자는 헌문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를 위해서 배운다는 말이 자칫 이기적인 말로 들릴 수 있다. 그리고 남을 위해 배우는 것이 더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공자의 말은 오늘날의 공부를 부정적으로 말하고 있고, 반대로 옛날의 공부를 이상적인 것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공자가 말하는 나를 위해 배우는 것과 남을 위해 배우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사람은 세상에서 단 하나의 존재로 태어난다. 겉모습이 닮았더라도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우리는 모두 독보적인 존재로 이 세상에 태어났는데, 자라면서 경쟁과 비교 속에서 사회에서 요구하는 모습으로 나를 바꾸어간다. 공자가 말하는 자기를 위한 공부란 잃어버린 나의 본모습을 찾는 공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본래 내가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 디자인을 찾는 과정이 공부가 아닐까? 남을 위해 공부한다는 것도 이렇게 해석해 본다. 사회에서 혹은 타인이 요구하는 모습으로 나를 바꾸어 가는 것으로 말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나라는 존재는 간데없고 온통 남이 원하는 나를 만들어 가는 공부를 한다. 거기서 다른 것은 틀린 것으로 해석되고, 불편한 것으로 여겨지고 못난 것으로 평가된다. 어느 누가 감히 독보적인 생명체를 나름의 기준으로 평가한단 말인가, 도무지 그 기준을 인정할 수 없다.

“영민하고 배우기를 좋아하며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敏而好學 不恥下問).” 그렇게 본래의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공부라면 우리에겐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논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상대가 누구인지 관계없이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을 총명하고 배우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영민한 사람은 모든 것을 통달한 사람일 것 같지만, 오히려 묻고 또 묻는 자를 총명하다 말한다.

본래의 나의 모습을 존중하는 사람은, 타인의 그것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는 왜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걸까? 부끄러운 것은 내가 모르는 것을 드러낼까 하는 두려움인데, 그 두려움은 내가 타인과 비교하여 못났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하지만 겸손은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과 그것으로 인해 남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자신을 무엇과 견주어 평가하는 사람은 타인도 그렇게 판단하기 때문에 배우려는 자세로 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누구에게도 묻고 배우려 한다면 이미 나를 찾아가는 공부의 여정에 걸맞은 사람일 것이고 그 여정에는 반드시 불치하문의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불치하문의 자세를 갖춰다면 이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 대해서 논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배우고 생각해야 진정한 앎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현대 사회의 공부를 꼬집어 이야기하는 것 같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들어 내는 우리의 교육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자유를 말해도 자유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는다. 평등을 이야기 하지만 무엇이 진정한 평등인지 생각해 본적도 없다.
본질에 대한 물음은 배움을 이끌고 배움은 다시 물음을 이끌어낸다. 그러니 논어의 이 말처럼, 생각하고, 배우는 것은 공부의 순환이며 기본이며 시작이다.

논어를 읽고 공부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한다. 사실 공부란 무언가 하는 질문은 늘 나를 따라다닌다. 남들이 가는 길을 가지 않을 때 나 자신과 주변을 설득시킬 당위가 필요했다. 누군가가 갔던 길이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되짚어 보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 속에 있었다. 하지만 명확했다가도 흐려지고, 알 것 같다가도 모르겠다. 그렇게 공부가 무엇인지, 내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찾아가는 것도 역시, 공부의 일부분인 것 같다. 논어를 읽으며 모호했던 부분들이 명확하게 정리되기도 하고, 명확했던 부분이 모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더 확실해진 한 가지는 논어에서 말하는 공부란, 평생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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