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평

철학자 세네카에게 듣는 자유학문과 직업교육

뽀선생Kimppo 2021. 11. 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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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는 로마제국의 정치가, 철학자, 문학가입니다. 네로의 어머니 아그립피나가 12살인 네로를 황제로 키우기 위해 가정교사로 발탁했습니다. 오랜 유배생활에서 벗아나 네로가 황제에 즉위하자 큰 부와 권력을 누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네로가 자신에 대한 암살 음모에 세네카가 가담했다고 주장하며 자살할 것을 명령했고 이에 세네카는 스스로 생을 끊고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스토아 철학의 대표적인 철학자로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운명에 맞서 흔들림 없는 마음의 평정을 추구했습니다. 말년에 쓴 [루킬리우스에게 보내는 도덕 서한]은 시칠리아 행정장관이었던 루킬리우스라는 젊은 친구에게 보내는 서한 형식을 띠고 있는데, 실제로 편지가 아니라 출판을 염두에 두고 편지 형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 글입니다. 이 책은 특히 학문에 대한 세네카의 스토아적 가치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당시 교양 있는 지식인이라면 갖춰야 할 학식으로 여겨졌던 자유학문에 대한 세네카의 생각은 남다릅니다. 그것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자유를 줄 수 있어야 진정 자유로운 학문이며 자유학문은 그 공부를 위한 기초를 닦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자유란 어떤 부침에도 흔들리지 않고 덕을 추구할 수 있는 정신의 자유를 말하죠.

자유학문에 대한 생각


자유학문에 대한 나의 의견을 말하자면, 나는 무엇이든 돈을 버는 결과를 낳는 공부는 어떤 것도 존중하지 않고 좋은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네. 자유학문이 자유학문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것을 공부하는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네. 숭고하고 견고하며 대범한 지혜를 추구하는 공부가 바로 그 공부일세. 나머지는 모두 보잘것 없고 유치하지. 어떤 사람들은 자유학문에서 중요한 것은 그 학문이 사람을 선하게 만드는지 여부라고 말하면서도, 그 선이라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지도, 목표로 삼지도 않지. 어떤 것이 덕으로 가는 길을 닦아 준단 말인가? 음절을 발음하고 단어를 연구하고 희곡을 암기하고 운율의 규칙을 세우는 것, 이 모든 건 중 어느 것이 두려움을 없애거나 욕망을 제거하거나 욕정을 억제해 주는가?

로마의 황제 네로의 스승이었던 세네카, 네로에게 자결할 것을 명령 받았고 생을 마감했다

나는 미술을 자유학문에 포함시키는 데 동의하지 않지. 또 레슬링, 기름과 진흙을 다루는 모든 기술도 자유학문에서 추방하네. 그렇지 않으면 향수 제조자와 요리사 그리고 자신의 재능으로 우리의 쾌락에 봉사하는 모든 이도 다 자유학문에 받아들여야만 할 거야. 정신은 야위고 둔한데도 몸을 살찌고 기름져 구토제를 집어삼키는 자들에게 어떤 '자유로운' 요소가 있단 말인가? 고삐로 속도를 통제하며 말을 몰 줄 알아도 자신의 열정은 전혀 통제하지 못 하고 오히려 끌려다닌다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레슬링이나 복싱에서 아무리 많은 상대를 때려눕혀도 자신의 분노에 얻어맞아 정신을 못 차린다면?

자유학문은 다른 측면에서는 기여하는 바가 아주 많지만 덕에 관해서는 전혀 없다고 말하겠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우리 아이들에게 자유 학문을 교육하는 겁니까?"라고 묻는다면, 그 학문이 덕을 부여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덕을 받아들이도록 영혼을 준비시켜 주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네. 자유학문은 영혼을 덕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방향으로 가도록 출발만 시켜 주는 것일세. 진정한 의미의 자유학문은, 더욱 정확히 말해 자유로운 학문은 덕을 함양하는 학문뿐이라네.

"그렇지만 철학에도 자연, 윤리, 추론 등이 있는 것처럼 자유학문 속에서 철학도 한자리를 차지하지요. 자연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때는 기하학의 도움을 받습니다. 따라서 기하학도 그것이 도움을 주는 철학의 한 부분이 아닌가요?"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 우리의 일부가 아닌 것이지. 음식처럼 말이야, 음식은 우리에게 도움을 주지만 몸의 일부는 아니네. 우리는 기하학에서 도움을 받지만 기하학이 철하의 일부는 아니라네. 철학자는 자연현상의 원인을 탐구하는 반면, 기하학자는 숫자를 추적하고 계산하지. 철학자는 천체들이 어떤 이치를 따라 존재하며 어떤 힘과 속성이 있는지 알지만, 천문학자는 천체들의 다가옴과 멀어짐. 뜨고 지는 것을 관장하는 규칙 등을 기록한다네. 철학자는 태양이 거대한 천체임을 입증하는 반면, 수학자는 태양이 얼마나 큰지를 계산하며 실험을 통해 지식을 쌓아간다네. 그러나 지식이 쌓이려면 특정한 원리들에 의지해야만 하지. 어떤 학문도 다른 학문에서 빌려온 토대에 의지한다면 그 자신의 주인일 수 없지 않은가. 철학은 어떤 다른 학문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며, 자신의 땅에 모든 것을 세운다네. 반면 숫자의 학문은 말하자면 다른 사람의 당에 세운 건물과도 같아서 모든 것을 남에 땅에 세운다네. 그들의 제1원리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도움에 힘입어 결론에 도달하지. 아무 도움 없이도 진리에 도달할 수 있고 우주의 본성을 이해할 수 있다면, 나도 그것이 우리의 정신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네. 영혼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선과 악에 관한 불변의 앎뿐인데, 철학 외에 다른 어떤 학문도 선과 악을 탐구하지 않는다네.

두려움을 일으키는 것을 무시하는 용맹도, 욕망을 통제하는 절제도 인간애도 자유학문으로 이룰 수 있는 덕이 아니라네. 미찬가지로 소박함, 온건함, 자기 통제, 검소함, 청빈함은 물론 이웃의 목숨을 자신의 목숨처럼 지키며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것을 알게 하는 지비도 가르치지 않지. 그런데 왜 자유학문이 없이 덕에 도달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건가? 사람이 음식 없이 덕을 이루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 해도 음식과 덕은 무관하지. 이와 같은 이치일세. 심지어 우리는 자유학문 없이도 지혜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네. 덕은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이지만, 자유학문을 통해서만 배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네.

그런데 지혜는 문제 속에 있는 것이 아닌데, 내가 문자를 모르는 사람은 결코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할까? 지혜는 사실을 전달하지 단어를 전달하는 것은 아니네. 그러나 기억을 외부에서 보강해 주는 것이 없다면, 즉 문자를 기록해 둘 수 없다면 기억에 훨씬 더 많은 의지를 해야겠지. 하지만 지혜는 크고 넓은 것이라 자유로운 공간이 아주 많이 필요하네. 그렇기 때문에 큰 주제들이 들어갈 빈 공간이 필요하니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영혼에서 몰아내야 한다네. 위대한 주제는 그에 걸맞는 공간이 필요하다네. 다른 모든 것을 몰아내고, 덕을 받아들이도록 가슴을 텅 비워 버리게나.

여러 학문을 두루 잘 알게 되는 것

그대는 쓸대없는 것을 유용한 것과 같은 장소에 놓아두고 집안을 값비싼 물건의 호화로운 전시장으로 만들어 놓는 사람을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면서 필요 이상의 갖가지 공부에 탐닉하는 자는 비난할만 하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말인가? 충분한 정도 이상으로 알고자 하는 욕망 역시 일종의 무절제라네. 우리 로마에도 도끼로 찍어버려야 할 책들이 정말 많다네. "정말 아는 게 많은 분이군요!"란느 찬사를 듣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을 소비하고 다른 사람의 귀를 성가시게 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지. 우리는 "정말 선량한 분이군요."라는 칭찬에 만족하세나.


이 책 공부의 고전은 위대한 학자들이 말하는 공부에 대한 관점을 보여준다. 공부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

세네카가 말하는 공부하는 그 사람을 자유롭게 해 줄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유학문,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유로운 학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부끄럽지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주제일 수도 있다. 선한 것이 무엇인지, 악한 것이 무엇인지, 본질적인 질문을 인생에 던지고 철학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자유로운 학문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사실을 세상을 살아가며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없는 것처럼 덮어두고 살지는 않는지? 먹고 사는 것에만 몰두해 모두들 직업교육만이 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학부모에게, 또 배우는 모든 이들에게 다시 한번 던져져야 하는 질문은 '공부'란 무엇인가?'가 아닐까 싶다.

공부라고 속아서 해왔던 것들이, 실은 나를 묶고 속박하고 경쟁 사회로 몰아낸다면 그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되돌아볼 겨를 없이 달리지만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생각할 틈도 없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멈춰야 할 때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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