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책을 읽고 어떠한 이론을 알게 된다는 것은 그것이 전부다. 알게 된 것, 그것은 머릿속에 있을 뿐 그것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몸으로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또 다른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배우면 그것을 안다고 착각한다. 정말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행동으로까지 삶으로까지 가지고 오는 게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나는 홈스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책으로 읽었던 것이 이론이 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이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삐뽀삐뽀 119를 사전 찾듯 찾아보고 그것이 적용되었을 때, 참말로 내 지식이 되는 것처럼, 안다고 착각했던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단체를 찾아나섰다. 대부분의 홈스쿨러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아이를 천재로 키우기 위한 홈스쿨, 또 다른 하나는 크리스천 홈스쿨로 말이다. 나는 후자였다. 그래서 홈스쿨을 돕는 단체를 찾을 수 있었다. 매주 하루는 단체에 나갔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는지도 보고, 홈스쿨 선배들을 만나니 뭔가 안정감 같은 것은 느껴졌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과 소속감은 인간에게 중요하니 말이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 불편함은 그 단체에 모인 사람들이 리더에게 매우 사소한 질문들을 반복적으로 할 때 내 안에서 꿈틀꿈틀 살아나 커져가고 있었다. 이런 식의 질문이었다. 선배님인데, 홈스쿨에서도 선배, 아이를 셋 둔 육아에서도 선배님인데... 아이의 수면 교육에 관한 질문이라든지, 사소한 습관에 대한 훈육 문제에 대한 질문이라든지... 질문이 잘못은 아니지. 하지만 뭔가 리더가 마치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으로 믿고 우리 집 안방 문까지 열어주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 불편했다.
물론 홈스쿨을 하는 모든 부모님들은 첫날부터 깨닫는 것이 있을것이다. 그것은 아이가 아닌 내가 먼저 홈스쿨링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고, 살면서 단 한 번도 나 자신은 그런 교육을 받아 보지 않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공교육에서 발을 뺀 적이 없었고 사회가 요구하는 무엇이든 맞추어 살아가려고 했던 자신 말이다. 그 외에 선택지에 대해서는 생각도 해보지 않는 자신 말이다. 창의적이지 않은 내가 창의적인 교육을 시켜야 하는 그 마음... 한 마디로 부모인 내가 먼저 재교육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사소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반복적으로 질문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나무가지의 지식이 아니라 뿌리의 지식이 알고 싶었다. 어디부터 시작해서 어디로 갈 것인지 말이다. 교육의 철학 같이 거창한 것 말이다. 남들 다 안 가는 길을 선택했을 때는 나만의 철학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에 해결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나뭇가지의 해답에 시원해하는 모습이었고 나는 점점 더 목말라졌다.
뿐만 아니다. 거창한 이유와 이론을 가지고 와도 내가 선택한 길은 남들이 외면한 그 길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데 그런 거창한 목적과 이유도 없었다. 정확히 말해서 없었다기보다 희미했다고 말하는 편이 옳겠다.
게다가 습관의 문제가 있었다. 나는 오랫도안 프리랜서로 그래픽일을 해왔고, 남편은 작은 식당을 한다. 그러니 우리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아이가 끼게 되니 계속 그런 생활 패턴을 유지할 수는 없는 참이었다. 그러니 내 몸과 마음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어떤 날은 새벽같이 일어나서 하루를 꽉 차게 보내고 어떤 날은 지쳐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도 하면서 좌우로 치우치며 중심을 잡지 못했다.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뒷받침하지 못했다.
그렇게 방황을 하는 1학년 1학기의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1학년 때에 여러 증상들이 나타난다고 한다. 배아픈 아이, 머리 아픈 아이... 유치원 생활의 마감과 학교 생활 시작의 스트레스가 저도 모르게 몸으로 나타나는 것일 테다. 나도 그 해, 그 봄... 1학년 1학기의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나름의 스트레스와 나름의 어려움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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