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하는 아이, 책을 좋아하는 아이 모든 부모가 꿈꾸는 로망이 아닐까? 그러면 아이들의 책 읽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걸까? 즐겁게 하는 사람이 최고라고들 하는데 어떻게 해야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른들도 그렇다. 그러다 보니 스토리 구성이 좋은 K-드라마도 인기가 좋다. 스포츠에도 각본이 없는 또 다른 장르의 이야기다. 각자의 취향은 다르지만 우리는 이야기 홀릭이다. 우리나라에도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이 이야기에 대한 추억이 있듯이 고대에의 서사시에도 이야기에 목마른 사람들이 있었다. 오딧세이아를 보면, 손님이 찾아오면 그를 환대하고 먹고 마시는 즐거움이 채워지면 그의 이야기를 듣고 또, 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것이 지금의 SNS 문화로 연결된다. 이렇게 우리 인간들은 이야기에 목말라하고, 이야기에 즐거워한다.
그런데 왜! 이야기가 가득한 책을 멀리하게 된걸까?
시중에 어떻게 독서할 것인지,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책이 수두룩하다. 그것은 우리가 그만큼 책을 잘못 읽고 있거나 안 읽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책을 정말 많이 읽고 싶어 하는 우리의 바람이 시장을 형성하기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우리는 이야기를 그토록 사랑하는데, 왜 책을 멀리하게 되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세상은 우리가 책 읽는 것을 싫어한다.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자본주의 사회는 우리가 매체에 접속하기 원하기 때문에 책도 매체로 넣어버렸다. 읽지 말고 들으라고, 읽지 말고 보라고 유혹하고 있다. 우리는 왜 힘없이 이러한 유혹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까?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을 이유로 들고 싶다. 한 가지 이유로 전부를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만,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즐겁게 책을 읽은 추억이 우리에게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학구열 높은 대한민국 부모님들은 책장에 전집 한 두 세트쯤은 우습게 들이신다. 세계문학과 백과사전 종류이다. 문학은 어렵고, 백과사전은 재미없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러다 학교에 가면 학교는 모든 것이 대학을 가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수능 지문을 읽는 것조차 문제를 풀 때 유리한 기술을 알려주신다. 시간이 부족하니 짤막한 축약본으로 문학을 접한다. 가슴 두근거리며 읽었던, 눈물 흘리며 다음 장을 넘겼던 그 설레는 추억이 우리에겐 없다. 잠 못들게 했던 스토리의 이끌림 느껴본적 있는가?
어떻게 책에 대한 좋은 기억을 만들까? 아이들은 다독하게 만들고 싶은 부모들은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수많은 미디어들이 아이를 잠식하기 전에 아이가 모든 뇌를 사용하여 '읽게'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읽어주자
읽어주자! 재미있는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자. 어려서는 그림책 읽어주었던 부모가 한글만 떼고 나면 책 읽어주기를 멈춘다. 아이는 조금만 수준이 달라도 읽기 싫어한다. 말을 배우듯 문장도 배워져야 한다. 문장과 문장이 연결된 사이에 숨어져 있는 뜻도 읽어내야 한다. 하지만 읽어주지 않으면 아이 혼자서 그 벽을 뛰어넘기 힘들다. 그림책 수준을 벗어나면 책을 거부하게 된다.
'어려우니까, 이해가 안되니까, 재미없으니까'라는 이유는 연결된 하나의 이유이다. 책을 덮은 아이는 미디어를 손에 든다. 그러면 독서는 저기 멀리로 도망쳐 버린다. 미디어는 읽는 머리를 사용하기 어렵게 만든다. 읽는 눈을 사용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 내용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참고하길 바란다)
내가 만난 부모들은 어떤 책을 읽어줘야 하는지도 몰랐다. 나는 늘 동일하게 '고전 중에 완역본을 읽어주세요.'라고 조언한다. 완역본이 무엇인지 모르는 부모님이 90%였다. 완역본은 원작을 완전하게 번역한 책을 말한다. 어린이 용으로 축약하지 않고, 원작 그대로를 살린 것이다. 고전은 시대를 넘어서 검증 받은 책이고 완역본은 그것을 우리말로 언어만 바꾼 것이다. 그러니 원서만은 못하겠지만 원작자의 언어를 느낄 수 있다. 글맛이 난다. (우리 나라 작품도 그렇다. 현대어로 바꾸며 많은 부분이 잘려져 나가기도 한다. 아주 어렵지 않다면 작가가 쓴 그대로를, 너무 어렵다면 최소한만 손 댄 작품을 추천한다.) 우리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진짜 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스토리텔러이지(작가)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좋은 책이랍시고, 수준에 안 맞는 책을 자꾸 들이대서 책을 읽자마자 아이를 숙면에 취하게 하는 것은 안된다. 이런 스킬이 필요하다. 나 같은 경우 책을 하나 시작해본다. 한 단락 읽고 아이가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내용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인지 하나도 모른다면 난 미련없이 그 책은 덮는다. 그리고 좀 더 구조가 쉬운 책으로 다시 고른다.
시간은 자는 시간이 좋다. 9시에 잠든다면 8시에는 읽어주기 시작하면 좋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읽어주자. 나는 읽어주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는 본 적이 없다. 아이와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이야깃거리도 생겨 대화가 풍성하니 일석이조, 그 이상이다. 읽어주자! 초등학생이 지나도 중학생이 되어도 읽어주자!
- 나의 딸을 예를 들어보면, 이 아이는 원래 책을 좋아했던 아이다. 여느 아이들처럼 이야기를 사랑한다. 6살까지는 자기가 원하는 그림책을 읽어 주었다. 그러면 권수를 제한해야 할 만큼 책을 많이 가져와서 나를 버겁게 했다. 7살이 되었을 때부터 완역본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하이디, 소공녀, 비밀의 화원 등 여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으로 선정해서 읽어주자, 책 읽어주는 시간을 매우 좋아했다. 책을 읽어주지 않는 게 벌칙이 되었으니까... 그 후엔 빨간 머리 앤, 제인 에어,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걸리버 여행기... 등을 읽어주었다. 그런데, 아이는 내가 읽어준 책 중,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여러 번 다시 읽었다. 지금도 그중에 좋아하는 책은 다시 펼쳐 읽는다. 이미 아는 이야기기 때문에 아이에게 읽기가 훨씬 수월해진 것인다. 두꺼운 책에 대한 어려운 마음도 없다. 지금도 딸아이가 6학년이고 혼자서도 잘 읽지만, 읽어주려고 노력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것은 딸아이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유익하다.
재미있게 읽자 (함께 읽자)
내 자녀뿐 아니라 홈스쿨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독서가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책을 읽게 하지?'가 나에게 큰 고민이었다. '어떻게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느낄까?'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교회에서 여름캠프를 하는데 2박 3일간을 아이들을 밥도 주고 잠도 재우면서 말씀을 전하고 예배를 드리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래서 '리딩캠프'라고 이름을 짓고 아이들과 2박3일간 책을 읽는 캠프를 갖게 됐다.
그때 나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였다. 재미있게 읽자! 무조건 재미있게 읽고, 아이들 마음속에 '책은 정말 재미있는 거야!'라는 인식이 아예 박혀버리게 하자는 것이었다. 당장 그 아이가 책을 손에 잡지 않아도 만족했다. 하지만 언젠가 그 아이가 책을 손에 잡게 될 것을 믿고 캠프를 이어갔다. 처음 캠프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었다. 저학년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함께 읽기 적당한 책이었다. 책을 읽고 책이랑 연결해 미니올림픽도 하고, 맛있는 간식도 먹었다. 시간표를 짜서 읽는 시간에는 함께 낭독하며 읽었다. 함께 하는 읽는 것은 커다란 시너지를 가지고 왔다. 재미있는 부분은 더 재미있었고, 감동적인 부분은 더 감동적이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어려서 토론까지 나아갈 수 없었지만 함께 했던 어머니 선생님들도 모두 책에 푹 빠지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당연히, 리딩 캠프를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우리는 매 해 2번씩 리딩캠프를 했다. 5박으로 날짜도 충분히 잡았다. 점점 두꺼운 책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이 시간이 너무 좋았다. 중년 여자가, 혼자서 그렇게 책을 재미있게 읽기가 어디 쉬운가... 이 역시 나 자신에게 너무나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시커먼 속마음을 빼자! 독서로 공부 잘하게 하려는 숨은 의도를 버리자. 아이는 다 알고 있다. 당연히 독서는 공부에 도움이 된다. 공부뿐 아니라 모든 것에 도움이 된다. 독서를 하는 동안, 뇌의 거의 모든 부분이 활성화된다고 하니 모든 것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가 나중에 거둘 열매이다. 제발 제발, 거위의 배를 갈라 황금알을 꺼내지 말자! 순수하게 아이의 독서를 응원하자. 시커먼 속내를 가지고 지식 독서로 넘어가길 유도하지 말고... 아이에 따라 지식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문학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하지만 부모는 독서 편식을 싫어한다. 자신은 독서 다이어트를 하면서 아이에겐 골고루 먹이고 싶어 한다. 이해한다. 나도 욕심쟁이 부모니까, 하지만 멀리 보자! 조급해 하지 말고 즐겁게 읽기, 재밌게 읽으면 만족하자. 열매는 당연하게 열린다. 걱정을 붙들어 메자!!
마지막으로 결론은, 부모님부터 시작하기
당신은 왜 독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왜 책을 많이 혹은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거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나의 진짜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것은 어디서 듣거나, 읽거나 보아서 나도 모르게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나도 그것에 동의해 정도의 지식일 경우가 많다. 이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독서를 중요하게 생각해 삶으로 실천하는 부모라면, 그 가정의 아이는 독서하는 부모를 보고 자라서 당연히 독서하는 아이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보긴 했다) 그러니 이런 긴 글도 읽지 않았을 것! 부모가 먼저, 왜 독서를 해야 하는 것인지, 독서가 주는 유익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독서를 시작하기를 권한다.
TIP : 환경설정을 하자!
독서보다 더 재미있고 쉬운 것을 아이에게서 치우자. TV, 핸드폰, 게임 등이 그것이다. 모든 것을 허용하고 책을 읽는 것은 도무지 되지 않는다. 아이에게 시간을 주어야 한다. 피아노가고 컴퓨터하고, 과제하고, 운동하나 하면 책을 읽을 시간은 없다. 책을 읽는 일은 시간을 할애해야한다. 이것 또한 부모님부터 실천하면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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