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공부

[찐공부 9] 아이는 부모를 넘어설 수 없다, 대화가 필요한 부모와 자녀

뽀선생Kimppo 2022. 3. 2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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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링을 시작한 지 7년 차가 되었다. 그동안 나는 3학(문법, 논리, 수사)으로 고전 읽기 방법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실행하며 더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든 것이다. 딸은 보통 이야기되는 그런 사춘기는 아지만, 나름대로 자아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과정에 또래 친구가 없는 홈스쿨링이란 현실이 부모는 못내 안타깝다. 또래 친구들을 보면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에 또래와는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의 뿌리를 찾기란 더욱 어려운 것이다. 때문에 더 빨리 철도 들겠지만…


엄마를 넘어설 수 없는 아이들

특히, 나처럼 확고한 교육관을 가지고 있는 부모 밑에 자란 아이는, 부모의 의견을 자신의 의견으로 착각할 수 있다. 마음속에 원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은 이것인데, 부모의 가치관에 자신의 생각음 함몰되어 버릴 수 있다. 그럴 경우 아이들은 부모를 넘어서려 하지 않는다. 부모를 넘어서는 것은 두려운 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솔직한 아이의 이야기를 끌어내는데 소홀했던 내 모습을 발견했다. 내 의견을 떠들고, 왜 그런지 조목조목 설명하고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일방적인 가르침이지 대화라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아이가 청소년이 되니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아무리 엄마라 해도 나는 나고, 아이는 아이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인격체이다. 초등까지는 아이의 선택보다는 보호자의 가르침의 크기가 더 컸다면 청소년기에는 그 비율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 아이 인생이니, 아이의 생각이 부족하고 서툴더라도 들어보아야 하는 것이다. 아직은 조력자로 부모가 함께 결정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아이의 생각을 묵살해서는 안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나에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이에겐 중요할 수 있다. 눈높이를 맞추는 일은 결국 아이의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듣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옳다 하는 것을 쉽사리 뛰어넘을 수 있는 아이는 드물다. 그리고 때로는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도 잘 모른다.

 

대화가 필요해


그래서 대화가 필요하다. 일회성이 아닌 대화 말이다. 지속해 나가는 대화가 필요하다. 이야기하면서, 질문을 들으면서 자기의 생각을 정립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공중에 떠다니는 생각이 대화를 통해서, 질문을 통해서 논리를 갖춰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한편 말하기 훈련이라 할 수도 있겠다.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은 많이 한다. 그런데 정작 팩트를 보는 것에는 무관심할 때가 많다. 무엇을 느끼기 전에 팩트를 객관적인 시점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거기에서부터 논리가 시작된다. 그렇지 않다면 느낌이라는 모호한 말로 감정에 불과한 것을 내 생각이니, 내 철학이니 포장하기 쉽다.



나와 너는 다른 사람


내가 내 딸을 아무리 사랑해도, 나는 그 아이가 아니고 그 아이는 내가 아니다. 청소년기의 아이는 부모의 품을 과연 벗어나도 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부모를 벗어나고 싶은 갈망 사이에서의 갈등의 시기다. 한 발자국 부모를 떠나보도록 내버려 두자. 다시 돌아오는 아이를 맞이해주자. 그렇게 아이는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자라날 것이다. 여전히 내 마음은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빈틈없이 메워주고 싶다. 아이가 깨고 나와야 할 알을 깨 주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도움이 아니라 생각하니까 마음을 누르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느낀다. 아이가 아프면 아프고, 아이가 어려우면 어렵고, 아이가 슬프면 슬프다. 아이를 키우는 나도 엄마의 사춘기를 지나며 성숙하고 있다. 이제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란 마음이 든다. 가르침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던 초등 시기를 지나, 이제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서툴고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이라도 듣고, 그 생각에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질문하는 자리에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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