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는 나라를 멸망시킬 만큼 영향을 미쳤던 악녀들이 존재합니다.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나라가 망하고 새로운 나라가 새워질 때 악녀가 등장하곤 하는데요, 그녀들은 왕이 나라를 돌보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미모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아름다운 그녀들의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말희
하나라의 마지막 제(帝) 걸왕(桀王)의 왕비 중 하나였던 말희는 산동 유시씨의 딸이 었는데 걸이 유시씨를 토벌할 때 항복하며 딸인 말희를 걸에게 헌상되었습니다. 사실 당초 걸은 말희를 요구하였다 하니 그녀의 아름다움이 상당했던 모양입니다. 걸은 말희를 궁에 들여 사랑하였다고 말희가 원하는 것은 모두 들어주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녀가 원하는 데로 경궁이라는 거대한 궁전을 세우고 화려한 연회를 자주 열기도 했답니다. 연회에서는 연못에 술을 채우고 나무에는 고기를 매달아 고기 숲을 만들어 술을 마시고 산해진미를 즐겼습니다.
주지육림 [ 酒池肉林 ]이란 술로 연못을 채우고 고기로 숲을 이룬다는 뜻으로, 호화롭고 사치스런 연회를 일컫는 말입니다.
또 말희는 비단이 찢어지는 소리를 좋아해서 나라의 고가의 비단을 모아 그것을 찢으며 즐거움을 삼았으니 그녀의 사치스러운 삶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걸왕이 주색에 빠져 조정의 정치를 돌보지 않았을 때에, 충신이었던 관룡봉은 늘 바른말로 잘못을 지적하며 쉬이 물러나지 않았는데요, 이에 걸왕은 관룡봉이 요망한 말로 윗사람을 농락한다고 죄를 묻고 구금하여 죽였습니다. 이를 듣기 싫었던 말희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었겠죠. 이렇게 주색에 빠져 나라를 돌보지 않는 것을 틈타 은나라 탕왕은 군대를 일으켜 하나라를 공격하고 하나라는 망하게 됩니다. 걸과 말희는 생포되어 남소의 산으로 추방되었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하상혁명, 또는 은혁명이라 부릅니다.
달기
달기는 유소씨 부락의 여자였습니다. 은(상)나라 주왕이 대군을 이끌고 유소 부락을 공격하자 그것을 막아낼 힘이 없었던 유소 부락은 미녀인 달기와 여러 가축들을 헌납하며 투항했습니다. 주왕은 원래 술과 여자를 좋아했었다고 합니다. 그는 달기를 몹시 총애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었죠. 이로 인해 정부인인 강황후와의 사이는 점점 덜 멀어지기만 했습니다. 어느 날 자객이 주왕을 습격하는 일이 일어났고, 달기는 기회를 틈타 그것이 강황후의 사주였다고 덮어 씌우게 됩니다. 그리고는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눈을 파내는 등의 악행을 저질렀고 견디지 못한 강황후는 사망하고 맙니다.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에게는 기름을 칠한 구리 기둥 아래 불을 피운뒤, 그 위를 걷게 하는 포락형을 내렸습니다. 그녀는 그것을 구경하며 웃고 즐겼어요. 또 독사나 전갈이 가득한 구덩이에 사람을 넣는 돈분형이란 형벌을 만들어 괴로워하는 죄수들의 모습을 즐겼다 하니 잔인한 성품의 소유자였음을 알 수 있네요.
그녀는 또한 악사 사연을 시켜서 음탕한 음악을 만들게하고, 무거운 세금을 거두어 돈과 곡식과 진귀한 물품들로 궁을 가득 채웠습니다. 달기 역시 술에 연못을 채우고 나무에 고기를 걸어둔 숲을 만들어 즐겼는데 이때 나체의 남녀들이 서로 뒤쫓게 하는 등 날마다 음탕한 밤을 보냈다고 전해집니다.
이렇게 잔인하고 사치스럽고 음탕한 달기는 주나라가 제후들을 규합해 은을 쳤을 때 무왕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오늘날 중국에서 달기라는 이름은 악녀이자 매혹적인 여성을 뜻하기도 하는데요, 야사에는 달기가 주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복숭아 꽃잎을 짜내어 굳혀 연지라는 화장을 발명해 뺨에 발랐다고 합니다. 절세미인인 달기가 연지를 찍어, 상기된 듯한 붉은 볼을 하고 있다면 매혹적이긴 했겠네요.😍
포사
주나라의 황후였던 포사, 그녀 역시 아름다웠고, 나라 멸망의 원흉인 것까지 말희나 달기와 동일합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하나라 말년에 두 마리의 용이 왕궁에 나타나 스스로를 '포나라의 두 임금이다'라고 하면서 침을 뱉어놓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에 사람들이 점을 쳐보았습니다. 그 결과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점괘가 나왔죠. 사람들은 용의 침을 나무 상자에 넣어 보관했습니다. 후에 주나라 여왕 때에 그 상자를 열었고 그 안을 관찰하다가 그만 용의 침을 흘리고 말았죠. 그 침은 갑자기 검은 도마뱀으로 변하여 왕부 안을 돌아다녔고 한 소녀가 이 검은 도마뱀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 소녀가 여자 아이를 하나 낳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아기를 갖다 버렸고 포나라 사람이 그 아기를 거두어 길렀습니다. 포나라 사람은 이 여인을 주나라 유왕에게 바쳤는데 그녀가 바로 포사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장황한 전설로 시작하는 그녀는 웃음이 없었습니다. 유왕은 애가 탔습니다. 그녀를 웃게해주고 싶었죠. 하루는 비단 찢는 소리에 웃는 포사를 보게 된 유왕은 그녀를 웃게 하기 위해 갑비싼 비단을 가져와 그녀 앞에서 찢게 했습니다. 이 부분은 말기와 비슷하네요. 그래서 천금매소[千金買笑]라는 고사성어가 탄생하게 됩니다. 천금매소는 천금을 주고 웃음을 산다는 의미예요. 웃음에 인색했던 포사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해 갑비싼 비단을 마구 찢어댔던 유왕에게 딱 맞는 말로 가치 있는 것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뿐만 아니라 주나라 유왕은 아무 일도 없는데 봉화를 올려 제후들을 여산 앞에 소집하였습니다. 전쟁이 일어나 봉화가 올라온 것으로 판단한 제후들이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막상 아무 일도 없는 것을 보고 낭패스러운 표정을 하며 돌아갔습니다. 포사는 그 광경을 보고 포사가 크게 웃지요. 이를 단순호치丹脣皓齒를 드러내며 크게 웃었다고 하는데요, 단순호치란 붉은 입술과 하얀 이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을 뜻합니다. 유왕은 그녀의 아름다운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 무리수를 두었는데요, 이는 훗날 큰 악재로 되돌아옵니다. 기원전 771년 신후가 여나라, 견융족과 연합하여 호경으로 대거 공격해 왔습니다. 유왕은 다급히 봉화를 올렸지요. 하지만 이미 여러 번 속았던 제후들은 이번에도 거짓이라 생각하고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견융족의 병사가 유왕을 살해했습니다. 포사도 그들에게 포로로 붙잡혔는데 그 이후에 이야기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여희
여희는 춘추전국 시대, 진나라의 19대 군주 진헌공의 아내였습니다. 여희는 여융국(驪戎國) 출신인데요, 여융국이 정복당하자 진헌공의 아버지인 진무공에게 여희와 소희가 함께 받쳐졌습니다. 진헌공의 아들이자, 태자였던 신생이 큰 공을 세우자 여희는 신생과 진헌공을 이간질하기 시작합니다.
제사를 지낸 신생이 고기를 헌공에게 바쳤는데 마침 헌공은 사냥에 나가 있었죠. 그 사이 여희는 신생이 바친 고기에 독을 뿌리고, 헌공이 오자 그가 보는 앞에서 그 고기를 개에게 먹여 개가 죽는 것을 보여주며 신생을 모함했습니다. 이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여희는 결국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기원전 651년 헌공이 사망하자 여희의 아들 해제가 왕위에 오르게 되는데요, 왕의 자리에 오르면 모든 권력을 휘두를 수 있을 것 같았던 여희의 꿈은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사실, 환공의 그늘이었기에 그들도 힘을 쓸 수 있었지만 환공이 죽자 그들의 자리는 금방 위태로워졌습니다. 결국 이극이 정변을 일으켜 해제를 살해합니다. 이에 순식이 여희의 여동생의 소생인 탁자를 옹립하지도 이극이 다시 정변을 일으켜 탁자와 순식마저 살해하고 맙니다. 이극은 여희가 그동안 끼친 해악이 크다하여 그녀를 끌어내 채찍질을 한 후 오체분시 (五體分屍)하는데요, 오체분시란 머리와 양쪽 팔, 양쪽 다리에 묶고 그 밧줄을 다섯 마리의 소나 말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게하여 죄인을 찢어 죽이는 참혹한 형벌을 말합니다.
냉소적이고 잔인하며 사치는 기본으로 장착한 중국의 4대 악녀들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요, 사실 이러한 내용들은 구전을 통하여 부풀려지기도 했고 더 자극적인 이야기로 탄생했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야사에 기록되어 있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도 함께 존재합니다. 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 사람들에은 다른 왕조를 침략하고 새로운 통치자로 군림하기 위해서는 주색에 빠진 왕과 악녀로 멸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전 왕조라는 명분이 필요했을 수도 있겠네요.
중국의 4대 악녀였습니다.
https://youtu.be/ObssBKBKwvg
'세계사 > 역사 이슈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회주의 (0) | 2021.09.01 |
---|---|
중국 공동부유 도대체 뭐야? (0) | 2021.08.31 |
'하늘의 암살자' 리퍼드론의 핀셋 타격 (군사드론의 시작) (0) | 2021.08.28 |
탈레반, IS, 알카에다 뭐가 다를까? (0) | 2021.08.27 |
키루스 대왕 이야기 - 소치기의 아들에서 제국의 대왕으로! (0) | 2021.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