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된 일상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부는 햇살 좋은 어느날, 여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나무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화창한 햇살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반짝이며 비추어줍니다. 사람들의 얼굴은 즐거워보이네요. 서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도 보이고 춤을 추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어딘선가 듣기 좋은 웃음 소리도 들리는 것 같네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라는 그림입니다.
물랭드 라 갈레트는 몽마르트에 위치한 무도회 장의 이름입니다. 파리의 시민들은 일요일 오후가 되면 저마다 멋진 옷을 차려입고 이 무도회 장으로 와서 춤을 추거나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르누아르는 이 야외 무도회장의 흥겨운 분위기를 담기 위해서 근처에 작업실을 얻어 1년 반 가까이 매일 이곳을 드나들며 수많은 스케치와 습작을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르누아르 뿐만 아니라 반 고흐, 피카소 등 다른 화가들도 즐겨 그린 장소라고 하니 이 무도회장이 화가들에게 주는 매력은 적지 않았는가 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실제있었던 사람들입니다. 앞 쪽에 있는 남자들 3명은 르누아르의 친구 화가들입니다. 그 맞은 편, 파란색 스트라이프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에스탈이며 그 뒤에 있는 여인은 에스텔의 언니인 잔느로 르누아르의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잔느는 르누아르의 다른 작품 그네에도 등장합니다.
무도회장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림이 복잡하거나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여인들의 오른쪽의 약간의 빈 공간을 두고 거기에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커플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칫 앞쪽에 있는 에스텔과 잔느에게만 집중될뻔한 시선이 그들에게 분산됨으로 더욱 조화롭게 느껴집니다.
그림 곳곳에 표현된 빛과 그림자는 춤을 추며, 웃고 떠드는 흥겨운 분위기를 더욱 생동감있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빛, 그리고 그 빛의 움직임, 빛에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색조와 색감들에 집중했던 인상주의 화가들.
전통적인 그리기 기법을 거부하고 색채·색조·질감 자체에 관심을 두는 인상주의는 빛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는 색채의 변화 속에서 자연을 묘사하고, 눈에 보이는 세계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담아내려고 하였습니다. 1860년대 프랑스 파리의 미술가들이 주도하기 시작했던 인상주의 입니다.
르누아르는 인상주의 화가 중에서도 대중의 사랑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화가 이기도 합니다.
그림이란 소중하고, 즐겁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렇다.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
오귀스트 르누아르
르누아르는 인상파 화가들 가운데서도 밝고 다채로운 색채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눈부신 색체와 생동감 넘치는 묘사로 꽃과 아이 그리고 여성을 주로 그리곤 했습니다. 그의 그림에는 행복과 기쁨, 따뜻함이 묻어납니다.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 선상파티의 오찬, 꽃을 따는 여인, 파라솔을 든 여인등의 작품을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장소에 일상적인 장면을 그림에 담아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그의 관심사는 아름다움이었는가 봅니다. 우리가 늘 맞이하는 일상도 르누아르의 시선을 통과하면 아름다움으로 변화해 버리니 말입니다.
그림은 영혼을 씻어주는 환희의 선물이어야 한다
이렇게 낙관적인 예술철학을 가지고 있는 르느아르는 세계 1차 대전에서 어린 두 아들이 부상을 입고, 부인이 병에 걸려 죽는 어려움을 당하는 등 고통이 가득한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그림이 가장 먼저 그의 영혼을 씻어주는 환희의 선물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그림은 우리의 영혼을 씻어주는 환희이며, 소중하고, 즐겁고, 아름다운 것으로 남아 있습니다.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아름다움의 대가 오귀스트 르누아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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