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눈은 감았는지 떴는지 쉽게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다부진 몸매를 가진 그는 돌에 앉아 무엇인가를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에 빠져들어 있는 걸까요?
나의 작품 ‘생각하는 사람’은 그의 뇌, 찌푸린 이마, 벌어진 콧구멍, 굳게 다문 입술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팔과 등과 다리의 모든 근육, 꽉 움켜쥔 주먹과 오므리고 있는 발가락까지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귀스트 로댕
1840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작품입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그의 다른 작품을 살펴보겠습니다. 단테의 신곡 중 지옥이라는 작품에 영감을 받은 지옥의 문은 불후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나를 지나는 사람은 슬픔의 도시로,
나를 지나는 사람은 영원한 비탄으로,
나를 지나는 사람은 망자에 이른다.
정의는 지고하신 주를 움직이시어,
신의 권능과 최고의 지와
원초의 사랑으로 나를 만들었다.
나보다 앞서는 피조물이란
영원한 것뿐이며 나 영원히 서 있으리.
여기에 들어오는 자 희망을 버려라.
- 지옥편, 제3곡, 1~9행
지옥의 문에는 20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을 형상화했습니다. 높이 6미터 폭 4미터 크기의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30년 넘게 구상하고 많은 고뇌를 했습니다. 그 과정 중에 탄생한 작품들이 ‘생각하는 사람’을 필두로 ‘추락하는 사람’, ‘세 망령’, ‘웅크린 여인’, ‘입맞춤(Kiss)’, ‘아담’, ‘이브’ 등이다. 한마디로 ‘지옥의 문’은 로댕의 전 작품들을 한데 모아놓은 미술관과 같다 할 수 있습니다. 문 위에 있는 세 명의 인물은 지옥에 거주하는 ‘세 어둠 Trois Ombres’을 묘사하였는데, 세 형상 모두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을 표현한 작품을 변형한 것입니다. 인간의 정념과 야수성 및 잔인한 본성에 대한 질문을 수많은 육체의 엉킴 속에서 보여주고 있으며, 이런 인간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는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이 있습니다.
나는 단테의 ‘지옥편’을 그리며 1년을 오직 단테와 살았다. 하지만 1년이 다 되어갈 무렵 나는 내 작품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자연을 기초로 하고 모델을 사용해서 작업했다. -오귀스트 로댕
지옥의 문을 살펴보니 그 일부였던 생각하는 사람이 왜 그렇게 고뇌에 찬 모습인지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이 세상에서의 삶을 절대자 앞에 심판받고 그 문을 통과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여러분이 바로 그 자리에 앉아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수많은 사연과 끝없는 울부짖음,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의 사람들
슬픔은 인간의 삶에 매우 필수적인 요소이다.
슬픔 없이는 인간성의 향상도 있을 수 없다.
그들을 보고 있는 한 사람... 그는 무엇을 생각할까요? 이 사람은 로댕 자신으로도, 시인이 단테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조금은 무거운, 무거울 수밖에 없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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